>   교회소식   >   목양칼럼

    목양칼럼

    지우개
    2026-04-05 06:56:07
    김일
    조회수   3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 같이, 네 죄를 안개 같이 없이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

    (
    이사야 44:22)

     

    제 서랍 한 켠에는 지우개가 하나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물건이지만, 이상하게도 없으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지우개는 참 놀라운 물건입니다.
    만약 지우개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이야 대부분 컴퓨터로 쓰고 지우지만, 연필로 쓰고 그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지우개가 없었다면,
    부끄러운 글과 잘못 그린 도면들이 고스란히 쌓였을 것입니다.
    틀린 것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우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있습니다.
    어떤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싫어서 자신의 그림자를 없애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발로 차보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했지만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절망 속에 있던 어느 날,
    큰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갔을 때 그토록 떨쳐내고 싶었던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지우개큰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아래로 나아가면 우리의 더러운 과거가 씻겨집니다.
    죄의 흔적이 지워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혜가 주어집니다.
    십자가가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무겁고 답답했을까요?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고백합니다.
    이 광야 같은 세상에 늘 방황할 때에 주 십자가의 그늘에 내 쉴 곳 찾았네.”
    십자가는 우리의 지우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쉼터입니다.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조회수
    28 지우개 2026-04-05 3
    27 배고픈 노루 2026-03-21 21
    26 부러진 가지에서 2026-03-14 27
    25 사순절에 대한 나눔 2026-03-04 34
    24 내 마음대로 2026-02-27 45
    23 내 마음의 파동 2026-02-22 40
    22 아직 피어나지 않았어도 2026-02-12 50
    21 고향을 생각하다 2026-02-05 56
    20 7월 셋째주 교회 이야기    2025-07-23 215
    19 7월 둘째주 교회 이야기 2025-07-17 216
    18 6월 마지막 주 교회이야기 2025-07-02 176
    17 6월 넷째 주 교회 이야기 2025-06-25 194
    16 6월 첫 주 교회 이야기    2025-06-04 191
    15 5월 넷째 주 교회 이야기    2025-05-23 197
    14 5월 셋째 주 교회 이야기 2025-05-16 179
    1 2